세이지는 유키가 그의 다리에 주사를 놓는 걸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양쪽에서 팔이 잡아 눌려진 채, 유키의 텔레파시 때문에 머릿 속도 정상이 아니었다. 얼마 안 있어 버르적거리는 저항도 약기운에 잦아들고 말았다.
"대단하군. 보통 내 텔레파시 하나만으로도 꼭두각시처럼 되기 마련인데."
유키는 입을 벌린 채 숨을 몰아쉬는 세이지의 턱을 잡아 틀어 입맞추었다. 세이지는 입 안에 들어온 혀를 깨물지도 못한 채 타액이 흘러 넘치도록 키스당할 뿐이었다.
"그만.. 뭘 하려고?"
간신히 숨을 몰아쉬며 내뱉은 질문에 유키는 말 없이 세이지의 다리 하나를 잡아 올렸다.
"당신의 아킬레스 건을 끊을거야."
파래진 세이지가 무어라 반박할 새도 없었다. 유키의 손이 발목을 어루만졌다고 생각한 순간 군운충이 들러 붙은 채 그의 발목을 깨물었다. 약의 탓인지 그의 신체가 먹히는 걸 보면서도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세이지가 뭐라고 외쳐도 유키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군운충을 떼어내고 싶어도 약기운에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먹힌 상처에 지혈제를 뿌리고 붕대를 감아 일차적인 응급조치를 마친 유키는 다른 쪽 다리를 보다가 책상에서 페이퍼 나이프를 들고 돌아왔다.
"그만 둬, 하지 마, 제발.. 유키!"
두려움에 눈물로 애원하는 모습에 유키는 웃었다. 사랑스럽다는 듯 한번 웃고서는 발목 깊숙히 칼을 넣어 베었다. 출혈은 적었고, 고통도 없었다. 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세이지는 걸을 수 없게 된 것이었다.
"대체 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이유를 듣건 주체할 수 없을 터였다. 자리에서 일어난 유키가 문을 열자 미리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하급 요원들이 휠체어를 밀고 들어왔다. 그들은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세이지를 휠체어에 앉혔다. 무언가 유키에게 따로 지시를 받는 것 같았지만 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지나칠 정도로 정중하게 세이지의 상처를 돌보았다. 무언가 잘못한 것이라도 있나 생각했지만 딱히 떠오르는 것도 없었다.
"기분은 좀 어때."
"...전동 휠체어는 줄 수 없는건가?"
"그런 걸 줄 생각이었으면 다리를 망가뜨리지도 않았겠지."
"그렇군."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 생각이었나. 세이지는 고개를 숙인 채 억지 웃음을 지었다. 입가가 파들파들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밀어.. 주겠나?"
유키는 그 말에 다시 웃었다. 기꺼이. 얼마 안 있어 휠체어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이지는 옷자락을 움켜 쥐며 입 안의 살을 깨물었다. 지금은 이 휠체어나마 받은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지, 상처가 아물 때까지 샤워는 할 수 없을 테니.. 수건을 데워서 씻겨 주도록 하지."
"자네가 말인가."
"그럼, 누가 또 있나?"
그 말에 세이지는 하, 하고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내 잘못 같은 게 아니었어. 그저 날 철저하게 가지고 노는 인형 취급하고 싶은 것 뿐이었어.
"마음대로."
"다음부터 나에게 굳이 통고하지 않아도 돼. 전부 자네 좋을 대로 하게."
마른 가슴이 거칠게 부풀었다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몸 아래에 깔려있는 부드러운 천이 움직임에 밀려 구겨졌다.
몸 위의 사내가 강제로 그의 자세를 바꾸었다. 세이지는 의식을 잃지 않으려 애쓰며 일부러 세게 시트를 움켜잡았다.
지금이 몇 번째지? 배 위에 희멀건하게 정액이 묻어 있었다. 자세를 바꾸던 사이에 어느새 남자와 마주보고 있었다.
"제발, 그만... "
잔뜩 쉬어버린 목소리로 애원하며 남자의 어깨를 살짝 밀어냈다. 하지만 몸 위의 남자는 피식 웃더니 세이지의 오른쪽 다리를 잡아 어깨에 걸쳤다.
이미 힘이 빠져 잡힌 다리를 어찌 해 볼 수도 없었다. 어깨에 다리가 올려지자 남자와의 거리가 단번에 좁혀지며 회음부에 성기 끝이 와 닿았다.
분명 방금 전 세이지의 안에 한번 사정한 게 분명한데도 그의 물건은 다시 단단해진 상태였다.
"하지 마, 하지-..!"
간절한 거부는 아직도 좁게 닫힌 입구를 억지로 비집고 들어오는 성기의 아픔 때문에 사라지고 말았다.
그는 여전히 홍조 하나 없는 표정으로 세이지의 허벅지를 잡아 한껏 다리를 벌리며 끝까지 제 살을 파묻었다.
"흑, 으흑.. 큽..."
철저하게 자신을 괴롭히기 위한 정사라는 게 그 차가운 표정으로 드러나는 것 같아 얼굴을 볼 수록 서러웠다.
사랑받고 있다고, 설령 그게 아니더라도 최소한 어느 정도는 신경 써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를 안으려고, 하다못해 뺨이라도 한번 만져보고 싶어 팔을 뻗었지만 다리가 걸려 그럴 수도 없었다.
몇 번을 더 애쓰던 그는 결국 손톱을 세워 겨우 허리에 손을 댄 채 입술을 깨물며 눈을 감았다. 최소한의 위안이라도 얻고 싶었다.
벌하기 위해 혹사시키는 잠자리가 아니라, 아직 그를 사랑해서 안고 있는 거라고. 생각이라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
이름을 부르려고 입을 벌렸지만 입가가 고통과 서러운 울음으로 일그러졌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며 시야가 흐려졌다.
세이지는 결국 이름을 부르지 못한 채 울며 그의 체벌을 감내할 뿐이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인사를 하려 고개를 돌린 하쿠레이는 익숙한 얼굴을 보고는 대뜸 인상을 찌푸렸다.
다소 아귀가 맞지 않는 문을 끝까지 당겨 닫던 청년은 노인의 그 표정에 피식 웃었다. 비웃는 듯한 웃음이었다.
"왜 또 온건가?"
"당신이 파는 걸 사려고 왔지."
굉장히 바보 같은 대답이지만 하쿠레이의 신경을 긁어놓기엔 충분했다.
노인은 카운터를 짚은 채 검지로 톡톡 판을 두들기며 금발의 청년이 자리를 잡고 앉는 걸 노려보았다.
"아무거나 양 많은 걸로 하나. 아침 식사를 걸렀더니."
청년은 짧은 말로 주문하며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어 카운터에 내려놓았다.
하쿠레이는 이것도 손님이라고 차마 내쫒을 수가 없어 얌전히 주방에서 무언가를 삶기 시작했다.
청년은 노인의 등을 바라보며 그가 반응할 만한 건수가 뭐가 있나 천천히 되짚어 보았다.
그러고보니 얼마 전에 마니골드가 담당하는 술집 중 하나에서 싸움이 있었다고 했지.
"여기 있다. 빨리 먹고 나가."
치즈마카로니와 토마토 소스를 뿌린 파스타가 푸짐하게 쌓여 있었다.
잔게츠는 포크를 들어 마카로니를 찍어 올리고선 불만스런 표정의 하쿠레이를 보고 웃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마니골드의 술집에서 싸움이 있었다던데. 자세히 아는 거 없나?"
"...난 아무것도 모른다."
잔게츠는 그 말에 풉, 하고 금방이라도 폭소를 터뜨릴 것 마냥 웃었다.
"당신이 모른다는 게 말이 안 될것 같은데. 하쿠레이."
"어린 놈이 계속 말이 짧구나. 식사나 얼른 하고 가 버려라."
등을 돌린 채 얼굴도 보이지 않고 하는 말에 잔게츠는 어깨를 으쓱이곤 반쯤 건성으로 파스타를 집어 먹었다.
"당신이 은퇴하지 않았다는 건 어지간한 사람은 다 알아. 그러니 순순히 대답해 주시지. 누가 한 일이지?"
"그걸 알고 싶으면 경찰에게 가 보지. 나에게 와서 무슨 소용이 있나."
"경찰이 체포한 용의자가 진범이 아니라는 건 경찰 뿐 아니라 언론과 대중도 알고 있어."
"그렇다고 해서 내가 진범을 알 거라는 건 지나친 억측 아닌가?"
잔게츠는 낮은 신음을 흘리더니 접시 옆에 돈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또 오지. 그 땐 긍정적인 답변을 주길 기대하겠네."
설정은 이완이 경찰이고 마니골드가 마피아 중견급인 상황에서 일제 단속 때문에 한참 못 만나다가 몇 달만에 얼굴보고 어떤 경우에도 룸에서는 하지 않던 이완이 이성 잃고 술집 룸에서 해버리는 거
"형님, 여기요!"
술집에 들어서, 문간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을 일행을 찾아 두리번 거리던 이완은 스탠드 한 쪽에서 손을 흔드는 마니골드의 모습에 미묘한 웃음과 함께 모자를 벗었다. 마니골드는 어느 새 자리에서 일어서 이슬비에 젖은 이완의 코트를 벗겨 들었다.
"누가 보면 어쩌려고 그렇게 불러."
"뭐 어떻습니까. 형님은 형님이지."
넉살 좋게 의자까지 슬그머니 빼 주는 태도에는 더 할 말이 없었다. 이완은 어쩔 수 없이 옆자리에 앉아 마니골드가 따라주는 잔을 받았다.
"하지 말래도. 경찰이..."
"폭력배 술 받는게 보이면 위험하다고? 나 참, 여긴 제가 관리하는 술집이래도요."
매번 하는 말에 매번 돌아오는 대답이었다. 이완은 턱을 괸 채 마냥 즐겁다는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는 마니골드의 모습에 할 수 없이 실소를 터뜨리며 잔을 비웠다.
"형님. 정 불안하시면 룸으로 가시죠?"
마니골드가 바짝 몸을 기울여 속삭이는 말에 이완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럴까, 하고 어물거리며 겨우 대꾸하자 마니골드는 능청스럽게 웃으며 형님이 불안해 하니 그런 것이라며 기어이 그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이완은 채 모자와 코트를 챙길 새도 없이 룸으로 끌려 들어갔다. 마니골드는 이완이 찾아 올 때마다 무슨 핑계를 대서든 그를 룸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겨울엔 추우니까, 여름엔 더우니까, 심지어는 술은 입에도 대지 않은 상태에서 취기가 올라오니 쉬고 싶다며 들어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이완은 혀를 내두르면서도 마니골드가 왜 그러는지 알고 있기에 못 이기는 척 룸에 들어오고 말았다. 예상대로 마니골드는 문이 닫히자 마자 이완을 앉히고 무릎 위에 앉은 채 키스를 졸라왔다.
"너무 서두르는 거 아니야?"
그렇게 말하는 이완의 얼굴은 벌써 벌겋게 달아 올라 있었다. 마니골드는 서두른 나머지 몇 번씩 미끄러지는 손으로 제 와이셔츠 단추를 풀어 헤쳤다.
"몇 달만인데... 내 심정대로라면 벌써 형님 가게 들어왔을 때 잡아 먹고도 남았을거야..."
"젊은 녀석들은 못 이기겠다니까."
이완은 마니골드의 손목을 잡아 내리고 살짝 보이는 가슴팍에 가볍게 입술을 문질렀다. 누가 들으면 형님은 늙은 줄 알겠네. 머리 위에서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어느 새 이완의 재킷과 셔츠도 풀어 헤쳐지고 있었다.
"여기선 안 한다니까..."
"알지만.. 맛보기 정도는 하게 해 줘요."
바짝 몸이 단 듯, 마니골드가 바지 안에 손을 넣어 제 것을 잡아 문지르며 의자 아래로 내려가 무릎을 꿇었다. 이완은 조금이라도 진정하려 냉수를 병째 들이키면서도 마니골드가 하는 양을 지켜보고 있었다.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은 채 그의 것을 애무하는 연인의 상기된 표정은 언제 봐도 자극적이었다. 길게 숨을 내쉬면서 충동을 자제하는 게 고작이었다.
"너 진짜.. 하아. 차라리 호, 텔 에서 만나자고 할 것이지..."
이완의 불평에 마니골드는 괜히 멋적다는 듯 새침하게 웃었다. 그 표정에 이완은 더 참다 못해 마니골드를 밀어냈다.
"무릎 위로 올라와, 바지 내리고.."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던 마니골드는 그 말에 얼른 옷을 벗어 놓고는 이완의 무릎 위로 올라가 앉았다. 형님, 형니임. 귓가에 속삭여지던 응석 어린 호칭이 곧 콧소리 섞인 신음이 되었다. 어떻게든 이완을 더 깊이 받아들이고 느껴보려고 허리를 흔드는 마니골드의 피부가 그의 피부와 스쳤다. 이완은 마니골드의 허리를 받쳐 주면서 그의 성기를 잡아 문질렀다. 어디를 어떻게 자극하면 좋아하는지는 이미 훤히 꿰고 있었다. 다소 힘을 주어 훑어 올리자 허리를 꼿꼿이 세운 체 더 움직이지도 못 하고 앓는 소리만 삼킬 뿐이었다.
"혀엉..."
"어리광은. 가게 해 줘?"
서둘러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이완은 자세를 바꾸어 마니골드를 눕힌 채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 돼. 나는 아직 한참 멀었는데 혼자만 만족하고 끝내려고."
"힉, 아윽. 아. 아. 히익. 혀, 혀엉. 으긋."
풀린 혀로도 열심히 그를 불러오는 모습에 이완은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마니골드의 이마와 뺨에 몇 번씩 입을 맞추었다. 언제 봐도 사랑스러운 녀석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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